남들은 아직 더워서 죽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고 뉴스에서도 연일 폭염, 열대야에 대한 뉴스가 대미를 장식한다.
난 체력이 워낙 저질이라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더워지는 반면 기온이 살짝만 낮아져도 그걸 쉽게 느끼는 편이다.
지난 여름동안 내 몸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혼수상태였다.
그 어떤 여름도 아침부터 숨을 몰아쉬어가며 헉헉 거린 적은 없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에 앉아 그리도 인상을 찌그리고 있던 적은 없었을걸??
근데 지금은 일단 몸이 많이 편해졌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얼음 들이부은 커피 대신 따뜻한 커피나 쌍화차를 마시고픈 생각이 주를 이루니까....
거기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출근 직전까지는 에어컨을 켜두고 속옷 바람으로 앉아있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아침에는 속옷만 입고 에어컨을 켜두고 있으면 슬슬 춥다는 생각이 드네?
아침에 일어나는 기분이 일단은 조금 부담이 줄었다는 것??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찜통이 누그러졌다는 건 적어도 지긋지긋한 업무가 시작될 때까지 30분 정도는 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거니까...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행복의 증감을 따질 정도로 내가 일상에서 행복을 쉽게 찾아내는 긍정표 인간은 아니다.
사람 때문에 힘겨운 나날의 연속...
"저기 우리 말인데.. 앞으로 예전처럼 정시에 퇴근하고 주말이면 칼같이 쉬는 날은 영원히 안돌아오겠지??"
"그야 뭐, 사람도 없고 지금은 일이 많아도 이 정도인데 일이 줄면 사람을 또 뺄테니까...
며칠 전 퇴근길, 동료 여사님과 나눈 말...
그래...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5시 30분이면 일 딱 끝나고 매주 토&일은 칼 같이 쉬던 우리 회사..
더이상 우리 회사는 그 때로 돌아갈 기미가 없다.
거기다 내 옆에서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출 사람은 거의 날마다 바뀌가 있으니...
아, 이 사람들이 적응을 못한다.
일도 지루하고 하루종일 전동드릴을 사용해서 스크류로 모터를 조립하려니 팔도 많이 아플테고...
그것도 문제지만 부품 조립용 기기를 다루는 게 워낙 서툴고 시키는 대로 적응을 못하니 기기만 망가트리고 작업은 제대로 진척이 안되고...

난 나대로 기존 직원인 만큼 옆사람을 다독여 기존의 작업 수준으로 따라오게 만들어야 될 책임이 어느 정도는 있는데 다들 하느라고 하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결국 자기 페이스대로 가느라 내가 한 말을 금새 잊는다.
한 말을 또 하고 또하고 그러다 보면 그게 상대방의 심리를 얼마나 조여대는지 알고 있으니 나도 웬만하면 반복은 안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대로 하다가 2~3일 뒤 조용히 그 사람이 자취를 감추기 일쑤고....
기계를 망가트려놓는 신입...
당연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관리자들이나, 옆에서 같이 작업하는 내가 말하는 대로 하지를 않으니까...
결국 그대로 하다가 당사자가 조용히 사라져버리면 그 다음에 오는 신입은 영문도 모르고 그 망가진 기계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해야 하고... 어느 정도 관리자들이 손을 봐준다고 해도 갈수록 이전보다 상태가 악화된 기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산이 없는 회사??
그래, 이젠 우리 회사 직원 누가 봐도 우리 회사는 돈이 없다. 🤣🤣🤣
이전 대표들도 더이상 볼 게 없다고 생각하니 이 회사를 포기하고 갔겠지....
조립을 할 때 사용하는 스크류 투입기계나 전동 드릴 하나하나가 수십만원....
그 기계들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사용해왔던 것들이고 솔직히 이젠 고치기보다는 폐기를 하고 바꿔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계마다 다 상태가 똑같진 않지만 스크류 조립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신입들이 들어와서 서툰 손놀림으로 기계를 사용할 때마다 기계 상태는 순식간에 나빠지기 때문에 그 기계들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실수에 뻔뻔한 신입 증가...
당당도 아니고 뻔뻔이다...
"어머, 나는 신입인데... 어머~~~ 그럴 수도 있지. 빡쳐...."
사람이 없으니 어느 정도 막나가는 건 넘어가줘야 하고...
그런 회사들 상황을 알고 있는 신입은 자신이 절대 당당할 수 없는 상황에 도리어 기존의 직원들 말을 짓밟는 인간들도 늘고..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똑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내가 왜 그 광뇬놈들의 되먹지 않은 행태를 받아들이고 있어주어야 하는 생각도 들고..
언젠가부터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고 나면 옆에 사람이 있든 없든 가슴 한가운데 뭔가 불덩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늘 초조해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지금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문득 문득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지만...
결국 이게 최선이지... 나만 이러고 살 리는 없으니까...
난 내일도, 모레도 내 마음 속 불덩어리를 내 몸의 한 조직으로 내 자신을 세뇌시킬 준비를 되새기며 오늘도 잠자리에 든다.
'🎉 일상의 이야기 > 🍙 먹고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에서 일어나는 열받는 트러블 또는 마음 든든해지는 트러블 (3) | 2024.09.25 |
---|---|
지갑 넉넉한 성수기보다 일상이 평화로운 비수기가 더 좋다 (3) | 2024.09.07 |
매년 장마철엔 전투적인 자세로 작업에 임해야 할 우리 회사 (0) | 2024.08.24 |
휴가 끝 일상재개 퍼질러진 여유보다는 지겨워도 규칙적인 생활 시작 (4) | 2024.08.21 |
여름 휴가는 시작됐지만 마음편치 않은 심란한 여름 휴가 (0) | 2024.08.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