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짓밟은 일본의 반공 애니??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애니도, 원작인 만화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명작중의 명작이라고 알려져있는 대단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순수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대립적인 입장이 아니라 힘을 가진 자들의 무분별한 이기적 행동으로 그 하위에서 아무 죄도 없이 스러져간 무고한 일본인과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던 한국인들을 포함 수십만의 생명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40년대 일본의 무개념 전쟁 확대를 막고자 미국 측이 강행했던 원자 폭탄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 교과서에도 지금까지 수도 없이 실린 이야기라 다들 알고 있을텐지만 이 맨발의 겐이라는 애니는 전쟁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행위가 단지 승자와 패자 혹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몇개의 단어로 끝날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알려주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 정보 :
제목 : 맨발의 겐(원제 : はだしのゲン)
상영국 : 일본
원작 : 연재만화
러닝타임 : 86분
상영연도 : 1983년
시청등급 : 아마 12세 이상??(무고한 시민이 원폭에 희생당하는 장면이 당시 기술치고는 상당히 리얼리티가 살아있기 때문...)
원작과의 차이 : 원작 만화는 10권에 상당하는 분량인데 애니상으로는 86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함축시키다 보니 무엇보다 캐릭터수가 대폭 줄었다는 점.
원작에서는 겐의 가족만 보더라도 겐, 에이코, 신지 이외에도 아들이 하나 더 있고 막내로 태어난 딸의 이야기가 좀 더 길게 서술되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겐의 가족을 포함, 그 주변 이야기를 대폭 삭제하고 겐의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했다.
기본 줄거리 :
가난하지만 화목하게 살아가는 나카오카 집안의 5가족인 아빠, 엄마, 에이코(장녀), 겐, 신지.
1945년 여름.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겐의 가족은 열심히 살고 있었다.
일본이 벌인 전쟁으로 인해 늘 조용한 날이 없었지만 뭔가 달랐던 그 날.
폭격기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의해 그간 화목하게 지내왔던 주변 사람들이 바로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어나간다.
아버지와 누나, 동생 신지를 잃고 마지막 남은 가족인 엄마와 갓 태어난 막내 동생을 지켜내기 위한 겐의 투혼이 시작된다.
스토리 시작 :
서서히 열세의 상황에 처하면서도 쉽게 자신들의 무모한 욕심을 굽히지 않는 나라의 권력자들이 벌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일반 시민들은 조용히 지낼 날이 없다.
이 날도 겐의 가족은 혹여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공호에 대피했다가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다.
만삭인 엄마와 곧 태어날 막내 동생을 챙기기 위해 장녀 에이코는 약한 몸을 무릅쓰고 밤낮 가리지 않고 아빠를 돕고 겐과 신지는 엄마의 몸을 챙기기 위해 이웃에 있는 부잣집 할아버지 댁 연못의 잉어를 몰래 잡아오다 들켜 혼쭐이 나기도 한다.
90분이 좀 안되는 러닝 타임을 감상하면서 세계를 포화속으로 밀어넣었던 일본도 그 하위 사람들은 우리네와 사는 게 별다를 게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인한 장면의 리얼리티.
이 작품이 공개된 건 1980년대 초반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잔인한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갑자기 떨어진 원자폭탄에 무방비 상태이던 주민들이 무참하게 찢겨져나가는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사실 전쟁이라고 하면 뭐 총쏘고 대포, 미사일 쏘고 그러다 사람들 죽고??
그 정도의 언어 묘사거나 그냥 길가다 쓰러져있는 시신의 묘사가 전부이던 80년대 초반에 바로 옆에 걷고 있던 친구, 동네 할아버지, 아이를 업은 엄마의 몸이 폭탄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는 건 말 자체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지만 전쟁의 참담함이라는 건 가옥이나 재산의 손실 여부보다 사람의 신체가 얼만큼 망가지느냐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으니 그 진실을 가장 혹독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걷고 있던 마을 주변인데 무언가 엄청난 것이 휩쓸고 간 뒤 겐이 살고 있던 곳이 전체적으로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시신으로 뒤덮여있고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가 흘러내리고 마치 현대 영화 속 좀비를 방불케 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그런 사람들이 길을 가다 갑자기 쓰러져서 죽어버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겐의 가족 역시 그 피해를 피해갈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아버지와 누나, 동생이 불타는 집안에서 죽어갔지만 만삭인 엄마와 자신의 힘으로는 그들을 구해낼 수 없음을 절감한 겐은 엄마와 곧 태어날 동생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되새기며 뒤돌아설 수밖에 없다.
충격으로 조산한 막내 동생.
이전까지의 영상에서 충격을 많이 받아서 겐의 막내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보자마자 마음이 왜이리도 짠하던지...
전쟁통에 먹지를 못하니 갓 출산을 한 엄마라고 해서 젖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에 대한 애틋함을 잃지 않은 또 다른 엄마의 도움에 겐의 엄마는 묘한 공감대를 느낀다.
그 와중에 쓰러진 군인을 돕다 병까지 전염된 겐.
동생 신지는 불타는 집안에서 죽었을텐데??
저 아이는 겐의 동생 신지가 아니라 인근을 지나던 다른 아이다.
이름이 류타?? 노무라였던가??
원폭의 피해가 어느 정도 지나간 뒤 겐과 엄마는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는데 그 때 갑자기 불쑥 나타난 아이가 바로 저 아이다.
막내 아들을 잃은 슬픔, 동생을 구해내지 못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겐의 가족은 자신들만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상황에도 그런 노무라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갓 태어나 점차 약해져가는 막내동생을 살리기 위해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는 겐과 노무라.
막내 동생은 그런 겐과 노무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이상 기다려주지 못했다.
원작 만화에서 막내 여동생은 어느 정도 살다가 비운의 생을 마감하는 걸로 나오지만 애니에서는 상당히 서둘러서 생을 마감하는 더블 비운을 맞게 되는 캐릭터다.
막내 동생을 떠나보내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다시 되새겨보는 겐과 남은 가족들을 배경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작품을 다 보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에 휩싸이는데 그럼 미군을 탓해야 하나??
그렇지도 않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장 최근 방송대에서 일본학을 공부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교과서와 영상으로 수도 없이 봤다.
그리도 애타게 경고를 했건만 일본의 상부측은 자신들의 이득에 눈이 멀어 바로 주변만 돌아봐도 보이는 자국민들까지도 외면해버렸다.
그리고 끝도 없는 폭주의 연속...
많은 나라에서 경고도 할 만큼 했겠지...
그걸 무시하고 결국은 애꿎은 어린 새싹들, 죄없는 시민들까지 자멸하게 만든 나라...
잊혀지지 않는 겐의 아버지의 말.
"이 전쟁은 일본이 지게 돼있다. 이 나라의 지도자도 죄를 범하고 있고....."
깨어있는 지식인이었던 겐의 가족.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나마 지금 한국과 일본이 조용한 게지...
경험해본적도 없으면서 한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의 일본 권력층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일본인 후손,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일본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애국자 코스프레를 하느라 몸부림치는 한국인 후손들을 보면 제2, 제3의 저런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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