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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이야기/🛺 아저씨의 오늘

비오는 날 우산을 안가져가면 쓸데없이 주변 눈치를 보게 되는 나

頑張れ 2024. 9. 21. 11:28

 어릴 때는 학교에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도 집이 같은 방향인 친구의 우산을 같이 쓰고 오면 됐는데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게 참 거시기하다.. 

솔직히 그까짓 비쯤이야 폭우가 쏟아진다고 해도, 우산이 없어도 그냥 맞고 가면 그만인데 이게 이게 왜 나이를 먹어갈수록 괜히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건지.... 

 

 벌써 한 20년쯤 전이네... 

사회생활 초창기 때는 직장이라고 다니던 곳이 일도 힘들었지만 선배라는 것들이 얼마나 그지같은 것들인지 사람들이 입사를 해봤자 반나절을 못견디고 도망가... ㅇ.ㅇ

그러다 보니 퇴사를 하는 그 날까지 늘 내가 막내였지... 우짜자고 그 그지같은 곳에서 10년을 버텼는지... -_-

 

 

 그 후로 몇 년쯤 여기저기를 오가다가 겨우 일할 만한 곳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내가 서서히 알 수 없는 소외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

 

 

우산 하나가 알려준 나의 현실.... 

 

 직장에 동생뻘이 생기고도 남았을 나이에도 늘 막내였다가 사회생활 10년이 넘어서 새로 입사한 직장에서 그제서야 날 오빠~~ 형~~이라고 부르는 애들을 무더기로(??) 만나서 평소에는 나름대로 살갑게 지내왔는데 어느 날 퇴근할 무렵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라는.... 

 

 그냥 별생각없이 버스를 타러 가고 있는데 주변에서 좀 따가운 눈길이 느껴져서 슬금 돌아봤더니 다름 아닌 주변에 지나가는 회사 사람들.... 

 

"뭐지?? 왜 괜히 한번씩 흘끔거리고 쳐다봐??"

 

 그 이유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나는 체구가 워낙 작아서 몸으로 빡세게 일하는 곳보다는 주로 여사님들과 어울려야 하는 직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당시 그 회사도 폴더폰 버튼을 조립하는 회사로 남자에 비해 여직원이 몇 배 많은 곳이었다는 사실... 

 

 남자애들이 얼마 없기도 했고 있다고 해도 우산을 가진 아이들은 뭐, 마음에 드는 이쁜 여자애들 씌워주느라 부리나케 슈슝~~~ 

 여자 아이들은 많았지만 말이 그렇지, 나이먹어가는 꼬마 아저씨에게 우산을 같이 쓰자고 살갑게 다가온다는 게 맨정신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까... -_-

 같은 팀은 아니더라도 같은 현장 안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얼굴을 어느 정도는 익혀두었을 테니 그냥 모르는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자쪽에서 먼저 우산을 들이대고 올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나날이 가끔 오더라고... 😏😏😏

 

 

 그렇다고 내가 먼저 같이 쓰고 가자고 여자들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간... ㅋㅋㅋㅋ

솔직히 나도 다른 남자들처럼 그렇게 능청맞은 성격도 아니니까.... 

 

 그 뒤부터는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안가지고 출근한 날은 일단 내가 먼저 주변을 휘리릭~~~ 돌아본 뒤 최대한 아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미리 이동 시뮬레이션을 짜두는 요령이 많이 발달했다... 

도대체 내가 왜.... ㅎㅎㅎ

 

 

근래의 내 모습이란.... 

 

 바로 어제 오후 점심 식사 직후의 배경... 

회사에 사람이 적은 편도 아니고 우산을 가지고 왔다가도 오후에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우산을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이 꽤 있다. 

덕분에 식사 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비가 오면 저 안에 있는 우산 중 남아있는 거 하나 꺼내쓰고 가도 별일이 없지... 

 

 어제도 그랬다. 

점심 시간이라 배는 고프지 아무 생각없이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더라. 

그대로 그치면 좋은데 뉴스를 보니 요며칠 자주 내릴 거라고도 하고 아마 빗방울이 더 커질 지도??

다시 현장으로 올라가 참한 놈으로 하나 꺼내 들고 내려와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길... 

 

"어머, 비가 점점 많이 내리네??"

 

내 옆에 나온 한 여사님의 목소리??

음... 우산을 안가지고 온 건가??

 

 

 그러고보니 이 상황.... 

이때까지 해본 적이 없는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온건가...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겹치는 게 당연하잖아... -_-

바로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그 아줌씨는 우산이 없고... 명색이 남자인 나는 우산이 있고... 

 

 같이 쓰고 가겠냐고 물어봐야 하나.... 

아니야.... 또 화들짝 놀래면서 나만 이상한 오해 받을라.... 

 

 그 고민은 그리 오래 하지 않았다... 

그 여사님은 몇 초 뒤 나와는 반대, 우측 길로 걸어들어갔으니까.... 

그 주변엔 공장도 많고 이런 저런 사람들도 많고 특히 공용 식당에서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여기저기 섞여 앉아있으니 같은 길을 걸어가다 보면 어디서 본듯 해서 우리 회사 사람으로 착각하는 일도 적지 않다... 

 

 혼자 돌아오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지금 그 일, 다행인 건가?? 

그 아줌씨가 다른 회사 사람이니 나에 대해서 알 리가 없고 처음엔 내 호의를 받아들였다가 내가 나이든 아저씨라는 걸 알고 나서는 에그머니나~~했을 수도 있으니까.... 

나... 워낙 쬐끄매서 좀 어리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끔 황당한 오해가 꼬이기도 하거든... -_-

차라리 확실하게 우리 회사 사람이었다면 모르겠는데 앞으로도 섣부른 호의를 베푸는 것도 받는 것도 나이든 아저씨, 아줌씨들에게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쉬운 일이 아닐 전망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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