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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자존심을 무릅쓰고 괜히 열받으며 좋아했던 최애간식 쥐치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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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자존심을 무릅쓰고 괜히 열받으며 좋아했던 최애간식 쥐치포

頑張れ 2024. 10. 18. 11:53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용돈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내게도 이런 저런 내 입맛에 맞는 간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각종 불량식품에는 환장하고 하교길에 집까지 걸어오면서 보이는 인근 슈퍼마켓에 진열된 각종 군것질거리들은 주머니에 10원짜리 하나 남아있을 여유가 없는 아이템들이었다..

(당시에는 10원으로 살 수 있는 간식거리도 존재했었다고..... 😁😁😁)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간식이 쥐치포였는데 요즘은 그냥 동네 슈퍼에만 가도 팔고 있지만 당시에는 좀 큰 시장이나 유원지 리어카 상인들에게서는 사먹을 수 있어도 가까운 상점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얼마였느냐 하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저렴했을 때가 100원!!!

 

 

맛있지만 열을 받았다??

 

 그랬다. 

혼자 사먹을 때도 있던 쥐치포지만 당시에는 집에서 유원지가 가까워서 가끔 어머니, 아버지, 동생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 귀가하는 길에 엄마가 사주시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내게는 언제나 저 100원짜리 쥐치포가 고정 단골 메뉴였지만 이 동생놈은 자그마치 한마리에 아무리 싸도 500원이나 하는 오징어를 골랐다는 거... 

 

 

 사실 오징어는 막상 먹어보면 쥐치포에 비해 내 입맛에 맞지도 않았고 가격만 비쌀 뿐이었는데... 

동생놈은 무슨 똥배짱인지, 아니면 철이 없는 건지 쥐뿔도 없는 가정 형편에 오징어를 당당히 집어드는데 그럴 때마다 내 눈에서는 번개가 번쩍여... 🤬🤬🤬

 

"그럼 너도 오징어 먹어"

 

 엄마가 대뜸 한마디 던지셨지만 뻔히 아는 집안 형편 & 쥐치포를 좋아하는 소박한 입맛 사이에서 내가 오징어를 고를 이유가 없다는 걸 엄마도 속으로는 뻔히 계산하고 계셨다... 

 

 

 시간이 좀 지나 엄마도 그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동생이 오징어를 집으면 내게는 쥐치포 2마리를 사주곤 하셨는데 여전한 500 vs 200의 차이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웬지 모를 손해감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쥐치포의 맛에 만족해버린 나자신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왜그리도 저렴하던지... 😏😏😏

 

 

요즘은 쥐치포를 소스에 찍어먹어??

 

 아, 그렇단다...

쥐치포 자체가 짭짤하고 달작지근한 맛으로 가득차있는데 그걸로 모자라서 이것 저것 소스까지 등장하셨다나 뭐라나... 

어릴 땐 쥐치포 한마리가 내 손바닥만해서 그거 하나 다 먹으면 입안이 온통 짭짤, 달작지근함으로 가득찼기 때문에 설마 거기다 뭘 더 찍어먹을 생각 자체가 없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 너무 오바스러운 것만 좋아한다고 말은 많으면서도 여전히 뭐든 자극적이고 강한 걸 좋아하는군...

 

 

 그러고보니 그 시절에도 쥐치포에 뭘 찍어먹는 경우가 없진 않았는데 다름 아닌 어른들이 술안주로 사용할 때는 뭘 찍어드신던데 아마 대개 고추장이었겠지?? 

요즘은 마요네즈가 흔한 소스지만 당시에는 마요네즈가 등장한 초창기 시절이라 아직 서양식 소스에 익숙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 조차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여전히 저렴한 내 입맛.... 

 

 비싸고 귀하고 고급스러운 음식보다 저렴한 맛을 추구하는 내 특성은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모처럼 비싼 뷔페에 가도 남들은 고기 먹는다고 아우성인데 나혼자 나물 반찬에 떡볶이 집어오느라 아우성... 😅😅😅

 

 요즘은 웬만한 초등학생이 나보다 크지만 그래도 아주 쬐끔은 자라서 지금은 저 쥐치포 한개가 나 손바닥보다 작다. 

 

"넌 오징어포를 무슨 맛으로 먹니??"

 

 동생에게 난 지금도 가끔 이렇게 묻는다. 

뭐, 어릴 때의 얄밉던 감정이 지금도 남아있긴 하지만 난 찌개나 반찬으로 만든 오징어도 아니고 막상 구워놓으면 쥐치포에 비해 질기고 짜기만 한게 오징어포니까.... 

 

"내 입맛이지, 뭐... -_-"

 

 하긴 뭐 그래... 

 

 

타고난 자기 입맛이고 어차피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배터지게 드셨을 뿐 동생에게 뭐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난 지금도 고작 쥐치포 하나를 먹으면서도 쥐뿔도 없었던 가정 형편 vs 저렴한 입맛 vs 동생에 대한 저주 vs 약간의 이해심 등등 만감이 교차하는 이색적인 시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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