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네집
언제나 진행형 나의 인생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는 모습을 지켜본 5살 아이 본문
난 우리 인척중 누군가의 철없는 행동에 병원 산부인과가 아닌 방바닥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가족끼리 물림이 되는 건지 내 동생도 그 팔자는 별다르지 않았다..
내가 5살이던 1970년대 어느 날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의 배가 점점 남산만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런 엄마를 보면서 뭔가 조른다던가 투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조금은 인식했던 것 같다.
당시에 아버지라는 사람은 매일같이 두문불출 바깥으로만 나돌던 사람이었고...
최소한 자기 아내가 홀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조차 내던진, 그런 인간이었다.
어느 날 오후, 엄마의 행동이 평소하고는 남다르다...
갑자기 부른 배를 자꾸 어루만지기도 하고 요강에 앉아보기도 하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게 단순히 배가 아픈 게 아닌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 엄마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갑자기 밖으로 나가셨다.
잠시 뒤 함께 오신 분은 이웃 아주머니...
엄마는 몸을 살짝 눕힌 자세로 앉으시고 그 아주머니가 엄마 뒤쪽에 가서 앉으신 뒤 엄마에게 조심스레 힘을 주라고 얘기하셨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앞에서 지켜본 5살 나는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게 당연했지....
엄마 몸에서 아기가 거꾸로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TV나 영화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는 않으셨던 것 같다.
다만 잠시 뒤 엄마의 몸에서 아기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평소에 아기가 어떻게 생기냐는 대화가 나오면 다리 밑에서 주워온다, 기도하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등등으로 초간단 명료하게 아이들이 알고 있던 그 상식이 절대로 그렇지 않음을 5살짜리 아이의 시선 앞에서 직접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이녀석이 태어나면서 울던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앞에 앉아있던 나도 놀라서 함께 울었지만 그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본 광경이 진실이라는 것을...
그리고 저 아기가 앞으로 평생 나와 원수처럼 살아가게 될 동생이라는 사실을...
탯줄 정리에 무척 애먹은 어머니.
엄마 몸과 동생이 연결되어있던 탯줄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마가 탯줄의 한쪽 끝을 잡고 산파 역할을 하신 아주머니가 그걸 실로 묶으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근데 엄마가 하도 손을 떠니까 제대로 묶이지를 않아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가 애매하다.
하여튼 이렇게 난 지금 내 옆방에서 방 한칸을 차지하고 있는 원수 덩어리와 형제지간이 됐고 지금까지도 으르렁대고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건 동생을 출산하신 어머니가 꼭 끌어안고 있는 동생을 보며 그 아이가 내게도 무척 소중한 존재일 거라고 조금은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정도랄까...
물론 지금은 책임감이고 나발이고 제발 내 일상에 파문 좀 그만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지만...
힘든 시절이긴 하지만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지켜본 아이는 실제로 거의 없었다.
난 이 사실 때문에 가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하거나 수업중 선생님들이 내가 전혀 모를 줄 알고 넌지시 건넨 말에 내가 너무 진지하게 대답이 나가기 시작하자 행여나 다른 아이들에게 잘못된 영향이 갈까봐 선생님들이 서둘러 내 대답을 막으시기도 했다.
이 이야기들은 앞으로 내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다보면 앞으로도 수시로 등장할테니 나중에 추가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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