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네집

언제나 진행형 나의 인생 우리 아버지라는 사람 본문

🎉 일상의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언제나 진행형 나의 인생 우리 아버지라는 사람

頑張れ 2024. 6. 20. 11:25

 요즘같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살다보면 남는 건 앨범뿐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문득 나도 모르게 열어본 서랍장에서 나온 앨범. 

그걸 펼쳐볼 때마다 눈에 보이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복받쳐오르게 만드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우리 아버지다.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굳이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의 존재까지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게 일상이었던 게 우리 아버지다. 

 

 

언제나 위화감이 느껴졌던 존재. 

 

 이전 이야기에서도 말했듯이 우리 아버지는 딴따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그냥 저냥 졸업하고 무슨 무슨 극단 같은 곳도 따라다니면서 드럼을 쳤단다. 

그러다 우리 어머니를 만나고 나를 낳았는데 자그마치 우리 아버지는 나를 만 나이로 22살에 만들었다. 😏😏😏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우리 어머니도 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 못지 않게 그냥 저냥 살아가는 분이었으리라 추측은 된다. 

당시 외할아버지도 가정을 돌보지 않고 혼자 밖으로 도는 일이 잦았던 분이고 어머니 역시 그리 조신하게 집안을 돌보는 장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덜커덕 살림을 차리고 내가 태어나버렸으니 아마 본인도 환장할 노릇이었겠지... 

 

내 인생은 큰외삼촌 때문에 미끄러졌다??

 

 아버지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조금이나마 자식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내가 태어날 무렵인데 내가 태어날 때 병원에 가려고 모아둔 돈을 자그마치 큰 외삼촌이 몰래 찾아와 슬쩍~~ 해갔다는 거....

 헐....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다른 내 친구들처럼 모 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을 수도 있는 운명이었는데 우리 큰 외삼촌이 초기에 내 팔자를 뭉개버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지금도 가끔은 외삼촌을 째려볼 때가 있다.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 이후로 너무 젊은 나이에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건지, 아니면 본래 딴따라들의 일상이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귀가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이니 아마 내가 3~4살까지의 기억에 속하겠지만 난 집 앞 마당에서 노는 편이었는데 어느 날 약간 낯익은 아저씨가 우리 집을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는데 보통 다른 아이들이라며 반가움에 아빠~~~를 외치고 달려갔겠지만 난 어쩌다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를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아주 가끔씩 집에 들어오고 엄마와 함께 있을 때부터 어느샌가 아빠라는 말이 입에 붙었으니 그 사람이 우리 아빠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 살갑게 다가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존재.....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가 집에 들어왔을 때는 아버지가 다시 얼른 어디론가 가고 엄마랑 둘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우리가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 아버지.

 

"내가 왜 이 꼴로 살아야 하는데??? 니들이 직접 나가서 먹고 살아...."

 

 모 드라마에서 형편없는 아버지들이 가족들에게 내뱉던 단골 대사가 아니다.

바로 우리 아버지의 입에서 매일같이 우리에게 쏟아지던 폭언이다. 

우리가 발목을 잡아?? 

 어머니가 아버지를 강제로 꼬신 것도 아니고 결국 두사람이 눈맞고 마음 맞아 일은 저질렀는데 그게 태어난 우리 탓이라니... 

그리고 정확히 따져 말하자면 아버지가 우리를 먹여살렸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학교에 갓 입학하던 해부터 약 7~8년 정도뿐이다. 

 내 기억속 내 유년 시절은 언제나 이 집, 저 집 라면값을 빌리러 다니는 어머니의 모습이고 이따금씩 집으로 찾아와 우리를 보살필 방법을 생각하느라 고심하던 할머니의 모습 뿐이었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아버지 외모만 보고 무척 건실하고 좋은 아버지상을 떠올릴 때마다 가족인 우리들은 어린 마음에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 맘대로 살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일은 벌여놓고 아무 것도 뭐 하나 되는 일도 없으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사람.... 

 마지막까지도 그래도 아버지니까 너희가 아버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주위의 말이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는 비수로 남아있다. 

도대체 우리는 아버지의 어떤 구석을 이해해야 한다는 걸까. 

내가 앞으로 더 살아가다 보면 그걸 깨달을 날이 올까... 

난 차라리 그걸 깨닫게 될 날이 오게 될까봐 그게 두렵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