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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얼큰하고 화끈한 맛에 남자다움을 대응시키는 한국인

頑張れ 2024. 7. 5.

"에이, 아줌마. 이 풋고추 무슨 맛이 이래?? 완전히 그냥 풀맛이네...."

 

 90년대 어느 날 어느 식당에서 당시 우리 회사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다 말고 반찬으로 나온 풋고추가 전혀 맵지 않다며 내뱉기 시작한 투정이다. 

아니, 뭐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양념을 해서 만든 것도 아닌 자연 채소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어쨌다고?

요즘은 식당에서 그런 사람들을 본 기억이 없지만 당시 내가 일했던 직장은 사장이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그쪽 사람들이 유독 많이 들락거렸고 유독 맵고 화끈한 걸 남자다움으로 직결시키는 스타일들이었다. 

 사장이나 공장장이라는 게 승질머리가 워낙 뭐 같은데다 5명 전후 인원으로 모든 현장 업무를 처리하려니 육체적 피로가 엄청난 곳이었고 모처럼 입사해서 반나절 이상 버티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힘든 업무에 진 다 빼고 녹초가 된 다음 그걸 뱃속에 불이 날 정도로 맵고 화끈한 걸 먹어주는 스타일들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산....  😂😂😂

 

"에, 남자가 그 정도 매운 것도 못먹어??"

 

이~상하리만큼 한국에는 맵고 화끈, 얼큰한 걸 잘 먹어야 남자다운 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너무 많아... 🙄🙄🙄

 

 

얼큰을 돌파하기 시작하는 단맛?? 

 

 요즘은 여기저기 얼큰 화끈을 컨셉으로 해외에서까지 밀고 나가는 한국의 위상??

가뜩이나 한국인 입맛이 너무 자극적인 것만을 좋아한다고 우리 스스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면서 그걸 해외에 전파시키다니... 😅😅😅

근데 언제부터인가 이게 좀 이상해... ㅇ.ㅇ??

가까운 예로 요며칠 전에 전부터 가끔 주문해서 만들어먹던 떡볶이 팩을 사다가 집에서 해먹었잖아?? 

근데 그게 예전에 내가 느꼈던 그 맛이 아니었던 게야... 

쉽게 말하면 달아졌어... ㅇ.ㅇ

 

 

 가끔 동네 마트에서 사먹어본 떡볶이 밀키트들이 하나 같이 다 달아.. ㅇ.ㅇ;;;

그래서 호기심에 한번 먹어본 다음엔 같은 브랜드는 절대로 다시 먹지 않는 편인데 가만보니 전에는 먹을만했던 매운 맛 음식들이 점점 달아져가는 건 도대체 뭔 조화??

아.. 얼큰한 게 좋다며?? 화끈한 게 좋다며??

 

아니면 더이상 남자답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한계가 온게냐???

 

 

매운맛 포인트를 설탕으로 반전시키는 묘한 흐름. 

 

 배추김치만 해도 그래... 

김치라는 게 물김치가 아닌 이상 고춧가루 범벅에 붉은 빛을 띠고 매콤한 게 정상인데 언제부터인가 시중에서 시판하는 가격대가 좀 저렴한 대용량 김치들은 맛이 달아지고 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인터넷 쇼핑몰 김치에 비해 가격대가 확~~~ 낮은 제품들이 요즘도 자주 눈에 띄니까 호기심에 한번 먹어볼 때가 있어..... 🙄🙄🙄

 

 호기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배추는 국산일지 몰라도 특히 고춧가루는 중국산을 쓰는 곳이 아주 많아... 

근데 저 저가 김치 제품들의 상세내역을 보면 그 고춧가루 마저도 국산.... 

그거에 혹해서 사먹어보면 몇 입 먹자 마자 그 이유를 바로 쉽게 알 수 있는데 바로 고춧가루 양을 줄이고 대신 설탕 폭탄을 추가시킨 곳이 많아... 😏😏😏

 

 

 익으면 맛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갓 담근 싱싱한 김치를 더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건 절대 싸다고 해서 반길 만한 상황이 아니다. 

다른 반찬은 없어도 김치 없이는 못 사는 한국인 밥상에 설탕 김치라니.....;;;;

 일단 매장에서 직접 먹는 음식들은 어느 정도 기존의 맛을 지키고 있는 듯 하지만 요즘처럼 뭐든 배로 튀어올라가는 시대에 만약 그렇게 기존의 맛을 파괴하는 상식이 생겨나더라도 이걸 딱히 뭐라고 비난하기도 좀 그렇고.. 

 

 뭐, 여전히 매운 맛 = 남자다움으로 직결시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냥 평소대로 먹어주면 되니 이런 상황이야 별 상관없겠지만 황당한 일은 요 얼마 전에 일어났다... 

 

 

"에이, 아저씨. 남자라면 이 정도쯤은 먹어줘야죠..."

 

 점심 시간, 식당에서 나온 반찬에 청양 고추가 들어갔는지 그거 쬐그만 거 한조각이 입에 들어갔는데 난 입을 가리고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들어온 사내 녀석이 대뜸 내게 던진 말이다.. 

그런데 그 녀석... 

작년엔가 제작년엔가 이사오기 전 회사 통근 버스를 타는 곳에서 언뜻 본 기억이 있는 녀석인데.... 

 

나다움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들도 세뇌시켜버리는 맵고 화끈한 맛. 

 

 2년쯤 전 퇴근 길, 전철을 갈아타려고 내리려는데 한쪽에서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얼굴에 가면을 하나씩 뒤집어쓰고 어떤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남자답게? 여자답게?? 아니죠, 나답게가 최고~~~"

 

 뭐, 이런 식의 문구가 새겨진 팜플렛을 들고 율동을 하는데 한 템포가 끝나자 그 아이들이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 가면을 벗더라.. 

그 가면쓴 아이들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우리 알바생.... 

 

 황당하기도 하지.....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은 그렇게 싫다며 유독 먹는 음식 앞에서 바로 꼬리를 내려버리는 건 뭐하는 겨??

옛날처럼 먹을 게 없어서 허덕이는 시대도 아닌데 요즘 애들도 참.... 😏😏😏

여전히 남자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쓸데없는 일에 남자다움을 출동시키는 사람들은 오히려 남자답기는 커녕 체산머리가 없어보일 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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