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이야기/🛺 아저씨의 오늘

별 것 아닌 일에 차츰 예민해지는 나 자신 그리고 습관성 급체

頑張れ 2024. 7. 25.

 내가 직장에서 하는 일은 정수기의 모터, 혹은 비데를 전동드릴로 나사를 박아 조립하는 일이다. 

직장에서 예민해지는 일이라는 게 뭐 있겠어... 

 

"요즘 불량이 얼마나 나는지 알고들 있어요???"

"OO라인, OO라인, 오늘부터 당분간은 매일 잔업이예요..."

"어머, 정말 별꼴이야... 당신이 뭔데??"

 

 뭐, 이런 일들이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들에 매일 같이 일어나는 충돌. 

저런 일들은 너무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들이니 그냥 그 때뿐인데 요즘 나 자신은 매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예민해져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별 것 아닌 일에 두통이 오기 시작한다. 

 

 매일 들어오던 간부, 관리자들의 잔소리... 

개인적으로보다는 거의 직원들이 단체로 듣는 소리다. 

흔히 말해 단체, 함께라면 외롭지 않다고 했는데?? 

언젠가부터 출근 직후까지 멀쩡하던 머리가 띵해지기 시작한다. 

 

 조회시간에 간부들이 길길이 뛰었거나 우리 라인에서 불량이 났는데 그 불량을 낸 의심자중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을 때다. 

 물론 그 주범을 가려내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고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내가 아님을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사람을 가려내서 대놓고 난리쳤다가 가뜩이나 날마다 퇴사하는 인원은 있어도 입사해서 작 적응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우리 회사에,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만 더 죽어나는 결과가 올지도 모르니 관리자들도 그렇게까지는 안한다. 

 

내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 스트레스. 

 

 침착, 침착... 

내가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지는 않지만 나도 벌써 이곳에서 6년이 넘어가는 사원. 

충분히 침착하게 해도 될 일인데.... 

그냥 조심스럽게 잡고 돌리면 잘 맞을 부품인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기를 쓰고, 이악물고 잡아돌리고 눌러 끼워 조립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를 부들부들 떨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퇴근 시간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업무량. 

그걸 맞추어야 하는데 이달 초에 회사가 이사를 한 직후 담당자들이 라인별 작업대 셋팅을 이상하게 해놔서 작업을 하는 도중에도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라인 관리자들의 잔소리를 들으려니 화딱지가 난다... 

 

"아우, OOO씨... 제발 부탁인데 여기 좀 막지 말아요..."

 

 이런 된장, 반대쪽에 놓게 되면 다른 자재를 꺼내러 갈 여유 공간을 막아버리게 돼서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더 싫은 소리 듣기 싫으니 그냥 여유 공간을 막고 치워주고 만다. 

 

"이건 왜이렇게 안들어가... 😑😑😑"

 

 여기저기서 잔소리 어택을 당하면서 조립을 하다 보니 슬슬 내 안에서도 뭔가 뻗쳐나오기 시작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품을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조립을 하고 있다... 😅😅😅

 

원인제공자가 있을 때도 있다. 

 

 이런저런 일들 대부분이 그냥 일을 하다보니 지나가는 길에 부딪치는 거라지만 아오, 이건 아무리 따져봐도 내 머리를 흔들어놓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정확히 존재할 때도 있다. 

 

 회사 이사 직후부터 시작된 장마... 

근데 지금 이사한 곳의 현장 구조가 어떻게 된건지 자재를 쌓아두어야 하는 한쪽 구석은 매일 같이 비가 샌다. 

벽이 새는 건지, 아니면 창문 한쪽에 틈이 있는 건지 모르지만 혹여나 새벽, 이른 아침에 비가 퍼붓는 날이면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회사는 아주 난리가 나있다. 

 

 비가 그친 뒤에도 그쪽은 고여있던 빗물이 꽤 오랫동안 뚝뚝 떨어지기 때문에 그곳 바로 앞에 세워둔 자재 선반쪽은 늘 물난리가 날 상황이다. 

 

"에이, 여기 좀 보라니까.. 이봐, 이봐... 여기다 물천지잖아... OO이... 너너, 이대로 두면 여기 다 홍수 난다고..."

 

 바로 건너편 라인에서 일하는 아줌씨... 

나보다 덜렁 한살 아래라 경우에 따라 씨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가 이 날처럼 대놓고 야야 하기도 한다. 😁😁😁

6년을 넘게 일하면서 서로 틀만큼 트인 사이라 그런 것쯤 안중에도 없는 사이... 

 

 하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다. 

아니, 내가 벽을 뚫었어?? 내가 천장을 뚫었냐??

이미 해당 벽 구석 바닥에 박스를 깔아두고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쓰레기통을 2개나 두었다. 

당연히 그럼 끝이라고 생각하지 거기서 더 안쪽에 빗물이 또 새고 있을 줄 누가 아냐고?? 

 

 나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다른 남자들 같으면 그런 일이 있을 때 신속하게 후다닥 대처할 테지만 난 집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도 동생이 대부분 하지, 못을 박는다거나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봐야 하는 일에는 어릴 적부터 절대로 소질이 없었다. 

그러니 여자들이 보기에 이럴 때 빠르게 대처를 못하는 내가 답답하겠지... 알아, 안다고... -_-

 

 

"아우, 몰라.... -_-"

 

 하고 끝내버리고 말았지만 하도 이런 저런 자잘한 스트레스가 쌓이니 결국 내 특기인 급체가 밀고 올라온다. 

차라리 내가 일하다 말고 그 구석을 뭐하러 들여다 보냐고 한마디라도 들이댔으면 좋았을텐데 괄괄거리더라도 그건 그냥 한번뿐으로 지나가는 게 그 놈(??)의 스타일이고 평소 사람을 볶는 성격이 아니라느 걸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근데 결국 그 뒷 후유증은 나혼자 겪었다. 

그 일이 있고 난 직후부터 갑자기 머리가 살살 지끈 거리는 것이 어째 설마 그게(??) 오나??

역시나 그게 왔다. 

나에게 있어 두통은 급체의 전조 증상... 

 저녁 때라도 조심했어야 하는데 지나 번에 한번 저녁을 굶고 일했더니 배가 고파서 저녁 잔업을 하는 내내 혼수상태였던 걸 감안한다면 이 날만큼은 또 저녁을 굶고 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낮에 그렇게 괄괄대던 놈이랑 또 얼굴을 마주 대고 먹다가는 이번엔 내쪽에서 괜히 한번 뷁 할 것 같아서 슬그머니 다른 자리에 앉았는데 이게 자리를 잘못 잡았는지 어디선가 석유 냄새가 솔솔 들어오는 것이 가뜩이나 느글느글한 내 속을 더 긁어놓았다. 

 

전조 증상에 불을 붙이는 내 식습관.

 

 커피는 느글거리는 속을 좀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할 때쯤엔 덥고 꿉꿉 찝찝함 때문에 샤워를 하고 나서도 도무지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 없어 냉커피를 마셔버린 나.... 

 

 역시나 속이 좀 이상해져서 잠자기 전 방 안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속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난 언제나 잊어버리고 만다. 이게 끝이 아니란 걸... 

 

 속이 어느 정도 가라앉더라도 몇 시간 정도 상태를 보고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아침에 상당한 두통이 후유증으로 몰려오는데 이 때 시간이 자정이 다되어갈 무렵이라 아침 출근을 위해서 일단은 누울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밤새 뒤척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급체의 후유증은 엄청나게 찾아왔고 오전 7시 30분쯤까지 상태를 보다가 결국 라인장 누나에게 전화해 당일 결근 통보를 했다... 

 

 두어시간 더 자고 일어나서 약국에 가는데 몸 상태 때문인지 에어컨을 켜두고 잤는데 몸이 끈끈하고 미치겠어.. ㅋㅋ

부지런히 약국에 들렀다가 소화제랑 타이레놀 들이키고 좀 가라앉고 약간 남은 2%는 어제서야 가라앉았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을 겪을 바에야 내쪽에서도 한마디 크게 반격하고 나중에 사과를 하는 편이 나을려나...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