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이야기/🍙 먹고 사는 이야기

중장년 나이에 폭염을 뚫고 책임감을 발휘하는 우리는 같은 길을 걸어간다

頑張れ 2024. 8. 8.

 지금 회사에서 입사해 일한지가 어느덧 6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나간다. 

그 기간동안 수도 없는 사람들이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지만 초창기 때부터 늘 얼굴을 마주하고 티격태격하며 싸우던 주요 작업자들은 은연중에 우리 이악물고 끝까지 가자는 기지를 가지고 이때까지 버티고 있다. 

 다들 자녀가 있다면 그들이 시집, 장가를 갔을 연령대의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곳. 

난 가끔 일하는 틈틈이 주변을 한번씩 무심코 돌아볼 때가 있다. 

 

"후우...."

 

 폭염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마음속에 뭔가 허탈함이 느껴져서인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예전 같으면 손자, 손녀를 돌보거나 시집간 딸의 가사일을 보조하거나 할 나이의 누님들이 수두룩하다. 😁😁😁

가끔은 최소한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이런 작업 현장에서 안달복달 부딪치며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를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있다. 

 

 

생각할수록 현실은 비참. 

 

 사실 그렇다. 

오래 전에 가정을 이루고 요즘도 종종 나보고 슬그머니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인데 가끔 가족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업의 까다로운 공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릴 때면 그 직전까지 나누던 알콩달콩 가족사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 우리가 각자 걸어가고 있는 길이 따지고 보면 그냥 한 길로 통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부모는 나이가 어린 자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뼈를 깎는 가시밭길을 감내하는 게 당연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반대로 자녀들은 부모를 위한 일에는 일단 손사래부터 치고 보는 게 일반적이 된 시대... 

 

 동료들이 가족 이야기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뭔가 암울한 톤으로 꺼내는 이야기가 있다면 자신들의 미래, 노후 이야기다. 

 장성한 자녀가 있는 주부들이 많으니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소식은 그 자녀들의 결혼 소식... 

 

 요즘 시대에 이런 이야기 하는 게 우습지만 자녀가 결혼하고 경제력이 생기면 부모의 노후를 함께 책임지는 게 그렇게 아까운가.... -_-

 

교통사고를 당해도 바로 출근한 팀장 누나. 

 

 며칠 전 팀장 누나의 출근이 좀 늦은 적이 있었다. 

잠시 뒤 당일 작업 지시를 하러 뒷목을 주무르며 나타난 팀장 누나... 

 

"아우, 뒤에서 들이박았는데 개O끼.... 술냄새가 어~~찌나 풀풀 나던지......"

 

 맙소사..... 

합의 같은 문제는 가족과 경찰에게 맡기고 일단 자신이 없으면 어수선해진 현장 일을 수습하기 위해 충격받은 뒷목을 주무르며 출근했다는 거다. 

솔직히 나 같으면 내가 아무리 남자고 책임감이 넘친다고 해도 요즘 세상에 그 험한 사고를 당했으니 일단 병원 침대에 가서 눕는 게 먼저지 아무리 관리자라고 해도 절대로 회사로 올 엄두는 나지 않을텐데.... 

 

 여기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상황에 엄마가 출근하겠다는 걸 아들은 말리지도 않았나..... 그게 아니라면...."

 

 물론 관리자고 자기 특유의 책임감도 있을 거다. 

일단 나부터가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 현장에 내가 빠지면 어떻게 될지 눈에 뻔히 보이니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마지못해 하는 작업이지만 늘 최선은 다하니까..... 

 

 하지만 어딘지 누나가 안쓰럽다. 

다음 날 누나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길래 직원 대부분이 휴가 전에는 출근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누나는 오전중 상태를 보고는 오후에 바로 출근을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걸까...."

 

 

 가장 하위에서 위에서 하달되는 지시만 따르는 내가 관리자들의 업무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 모두가 발휘하고 있는 책임감의 뒤에는 그 무엇도 앞설 수 없는 개개인의 당장 내일이 달려있는 게지.. 

온힘을 다해 누군가를 평생 보필했는데 남은 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씁쓸한 부담감.... 

 

 몇 낳은 자녀들 모두 시집, 장가 보내고 시원하다는 어느 누나... 

그 시원함이란 어디 한군데 기댈 여유 없는 자녀들에 둘러싸여 있기보다는 그나마 남아있는 기력으로 이제라도 내 노후를 채워볼 시간을 맞이했다는 거??

 

 만약 현실이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면 지금 내 눈앞에서 보여지는 동료들의 책임감도 상당히 달라져있을지도 모를 일.... 

결국 우리는 꽤 오랜 시간 전혀 다른 일상을 경험했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어서 결국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가고 있다. 

그 계기야 어째 됐건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건 우리의 몸이 허락하는 한 조금이라도 내 자신을 지켜가는 일..... 

 

 어쩌면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여유로운 노후라는 건 앞으로 일반적인 우리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렇고 팀장 누나 몸에 별 이상이 없어야 할텐데.... 

무리를 감당하면서 뒷목을 감싸고 여기저기 자재까지 날라대는 누나를 보는 건 마음이 차마 편치 않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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