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못 가지고 못 살아서??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도 잔업, 내일도 잔업, 어제도, 그제도....
하루 이틀 된 문제도 아니다.

사회 생활 초창기 때부터 내가 발을 디딘 곳이 그렇게 시작됐고 시작과 현재가 같을 뿐이다.
어릴 땐 얼떨결에 몇 안남은 가족을 부양해야 할 장남의 의무를 짊어지고 일했고 젊을 때는 어릴 때부터 시작했던 그 생활이 몸에 베어 그냥저냥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그런데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할 만큼 혹독한 사회 생활을 감내해온 나는 요즘들어 특히 퇴근 후면 나 자신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고 만다.

너 도대체 왜 사니??
그래, 늘 궁금하다.
유난히 내 머릿속에 그 궁금증이 가득 차는 건 요즘처럼 허구헌날 밤 9시가 돼야 집에 오는 시기...
근데 그 시기가 이젠 또 거의 고정이 되어간다.
더군다나 벌써 한달이 넘게 지속되어온 폭염은 가뜩이나 평소 어리버리의 극치를 달리는 내게 있어 하루 12시간을 직장 현장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땀에 쩔은 상태로 지내야 하는 찝찝함만을 극대화시키고 불쾌지수만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간다.... -_-
집에 쌀이 남는데 밥을 굶어??
그럴 수밖에 없지... 🤣🤣🤣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에는 집에서 식사를 할 일이 아침밖에 없어... -_-
전 같으면 저녁 때 밥을 했겠지만 고작 하루 아침 한끼 먹자고 밥을 하기엔 뭔가 애매하고 남는 밥은 시간이 지나면 맛도 없어지니 그것도 별로...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 간단식으로 떼우기 일쑤다.
대신 저녁이 참 아이러니하다.
점심 때는 일단 사람의 신체 에너지가 한참 활발할 때니 작렬하는 태양을 무릅쓰고 점심을 먹지만 우리 회사에서 식당까지 가는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는 게 문제....
요즘처럼 허구헌날 잔업으로 도배하는 와중에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내 몸의 에너지는 거의 제로, 온몸은 땀으로 찐득찐득,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식사라는 게 이왕이면 맛있게 해야 되는 건데.....
우리 회사에서 애용하는 식당 밥 생각보다 맛있다... -0-
근데 저녁 때만은 도무지 작렬하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아치며 식당에 갈 기운이 남아있지를 않아... -_-;;;;
그러다 보면 결국 저녁도 굶고 잔업을 끝낸 뒤 집에 오게 된다.
당연히 한달 전에 쌀통에 채워둔 쌀은 누가 보면 바로 어제 사둔 것처럼 그대로 꽉차있다... 😂😂😂

퇴근 후에 사색이 시작된다.
정말이지 집에 가면 아무 것도 못하고 씻고 바로 자빠져 잘 것만 같더니 집에 와서 에어컨 켜고 시원한 음료수 한사발 들이키고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있노라면 내 머리는 평소의 나하고는 어울리지도 않는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싱크대 안에 채워두었던 즉석죽을 하나 데워다 앞에 놓고는 그걸 먹기 시작하는 나.
확실히 식욕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어째 기분이 이상해... -_-
얼마 전 구입한 간장 게장....
사자마자 쉴틈을 주지 않는 잔업 러쉬.....
유통기한도 길지 않은 걸 그놈의 잔업한다고 깜박 잊고 있다가 거의 5일이 경과하고 나서야 생각나서 새벽 2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게랑 간장 따로 구분하고 간장 끓이고....
새벽 2시에 게장 간장 끓여 데우는 아저씨......
그뿐만이 아니지...
그나마 아침에 국이라도 먹고 간다고 한 냄비 끓여둘 때가 있는데 아니, 국 한냄비 먹는데 3일이 걸린다. ㅋㅋㅋㅋ
그나마 아침에 먹고 남은 걸 냉장고에 넣어두는 걸 깜박하고 나가버리면 그건 그냥 저녁 때 폐기......
어쩌다 잔업 러쉬 + 폭염 러쉬 = ????!!!!
이런 답 안나오는 현실에 부딪친 거지....

휴가를 며칠 앞두고 그놈의 휴가동안 직원들 일 못시키는 거 아까워서 이 폭염속에 연장근무 시키느라 환장한 우리 회사 및 거래처 등등.....
거기다 회사에서 빠른 걸음으로 5분만 걸으면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도 진정되지 않는 폭염... -_-
밤 8시가 넘은 시간 전철역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땀에 쩔어 몸에 쩍쩍 달라붙어있는 노란 나시티에 헐렁한 반바지, 온몸이 땀에 쩔어 얼굴부터 목은 찌푸덩.....
한쪽 손엔 조금이라도 더위를 식히느라 들고 다니는 미니선풍기가 든 쇼핑 백....
집에 와서는 제대로 된 밥을 마다하고 뒤늦게 즉석죽 한그릇을 입에 들이넣고 있자니.....
누가 봐도 이보다 더 처량맞은 꼬마 아저씨는 없다... 😏😏😏😅😅😅
날이 갈수록 처참한 꼬라지의 절정을 향해 가는 내 일상은 도대체 누가 알아줄껴??
정부가?? 폭염이??
에고, 요즘 이렇게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성 세대 이상이고 나 역시 그중 하난데 솔직히 우리 세대는 경제를 살리는데 몸을 불사를만큼 사르지 않았나??
여기서 얼마나 더 불사르라고 우리를 이렇게 내모니?? 윤씨 아저씨...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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