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나면 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나도 그중의 하나...
그렇다고 해서 매일 같이 우리 토리를 떠올리며 처져있는 건 아니지만 해마다 더위의 끝이 가까워지는 이맘 때가 오면 당시의 아프고 후회만 가득한 기억이 어김없이 밀려온다.
좀 더 잘해주었어야 했을 녀석.
좀 더 같이 있어주어야 했을 녀석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전혀 그렇지를 못했다.
마지막을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
2018년 8월 이맘 때...
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 준비로 분주했다.
난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는데다 남들보다 워낙 왜소한 체격 때문에 어쩌다 직장을 옮겨야 할 상황이 되면 내게 맞는 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토리는 늘 뒷전이었지...
할머니께서 계실 땐 그나마 괜찮았는데 돌아가시고 나선 동생도 나도 늘 먹고 사는데 치우쳐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을 때 얼마나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리는지를 전혀 알아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후회하게 될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래, 그 날도 아침에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이녀석은 이상하리만큼 축 처져서 막 나가려는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벌써 14살....
사람 나이로 치자면 최소한 팔순은 넘겼을 거라고들 하더라.
그러니 이젠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게지...
그런데 좀 이상했어.
이젠 나이가 들어 점점 대소변도 아무데나 보기 시작하던 녀석이었는데 그 날 새벽에는 유난히 더 심했었다.
방, 주방 여기저기 대변을 지리고는 현관문 차가운 바닥에 가서 누워자고 있었다...
그게 토리가 내게 뭔가를 전하려던 거라는 사실을 난 차마 알지 못하고는....
"아이고, 이녀석... 너 자꾸 왜이러는 거야.... 응??"
부리나케 여기저기 바닥을 닦고 토리를 씻기고는 이제는 너도 나이들었다고 이 아빠랑 맞장 뜨는 거냐고 핀잔만 원없이 주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던 날이었다.
새벽에 있었던 일은 잊고 평소처럼 출근하기 위해 토리를 작은 방으로 옮기려고 들어안는 순간 갑자기 살짝 으르렁거리는가 싶더니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그 때 빠르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날 토리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회사에서 짤릴까가 먼저 떠올랐다.
여기저기 찔끔찔끔 회사를 옮기며 전전하다 몇 년만에야 내게 맞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전에 사정이 있어 하루를 쉰 상태에 일주일만에 하루를 또 쉰다고 하면.....
기르는 강아지가 상태가 이상해서 못나간다고 하면 회사에서 이해해줄까....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빠 오늘 일찍 올께. 토리야. 그 때 보자...."
당시로써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왔을 때도 상태가 안좋으면 병원에 데려가리라....
고통을 혼자 감내하다 떠난 토리.
다행히 당시 우리 회사는 연장 근무도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난 제 시간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지금처럼 연장 근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난 그걸 받아들이고 마는 몹쓸 선택을 했을지도 ㅁ모른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문밖조차도 내다보지 않는 토리.
토리는 작은 방 동생의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네발을 가로로 쭉 뻗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온몸에 퍼지는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평소 앞뒤로만 움직이는 네발이 저렇게 양쪽으로 뻗어있을까....
그냥 아침에 자신을 두고 출근한 내게 삐져서 저러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렇게 토리는 갔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전화를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나를 뒤덮었다.
동생을 얼른 일하라고 집에서 내보냈던 나.
토리는 내 동생이 데려온 녀석이다.
동생이 그런 일에 뒷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녀석이라는 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아니까 처음엔 토리를 데려오는 걸 반대했었지만 나도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터라 못이기는 척 내버려뒀었다.
처음엔 정을 안주는 척 외면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예상대로 토리는 내가 책임지게 됐는데 동물이나 사람이나 첫 정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다.
토리에게는 언제나 뼈빠지게 밥먹이고 신경을 쓰는 나보다는 자신을 이 집으로 데려온 내 동생이 언제나 우선이었다.
하루 종일 내가 같이 있어줘도 어쩌다 내 동생이 리액션 한번만 해주면 바로 내 동생에게 달려가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내가 내 동생을 집에서 내보냈다.
나이먹도록 제대로 한군데서 버티고 일을 하지 못하고 그 무렵에도 다니던 건설업체에서 일이 끊기자 몇 달간 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저대로 놔두면 또 그냥 눌러앉을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그러고 살아온 녀석이라 좀 더 냉정하게 대하지 않으면 또 그 모양이 될 것 같아 얼른 뭐라도 하고 밥벌이를 하라고 내몰았다.
그런데 그걸 토리가 봤는데....
토리는 처음으로 실내에서 키워본 반려견이었다.
막상 우리와 몸을 한데 부대끼며 강아지를 키워보니 이녀석들도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은근히 주변의 낌새를 눈치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밖으로 내몰았다는 걸 알았다면 토리는 마지막까지도 그런 내 모습을 기억하고 갔을텐데...
동생이 집에 며칠만 더 있었더라도 토리는 동생이 보는 앞에서 마음 편하게 슈나별로 갔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 기회를 빼앗았다.....
당시만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집과는 달리 집주인이 집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컴퓨터를 조금만 틀어놔도 집안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극악한 상황에서 살고 있었다.
토리가 우리 곁을 떠나고 2년 뒤 이사한 지금의 이 집에서는 그 때에 비하면 모든 게 나아졌다.
집도 조금은 넓어지고 에어컨도 설치하고...
뭐 하나 상황도 안되면서 토리를 동생이 데려온다는 걸 완강히 막았다면 토리는 더 나은 집으로 갔을지도 모르는데...
토리의 신호??
언젠가부터 잠이 반쯤 들다가 말았을 때 내 곁에서 뭔가가 바닥을 벅벅 긁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반려견이 가족에게서 관심을 끌고 싶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우리 토리가 곁에 있을 때 자주 했던 행동이다.
그럼 지금 토리가 슈나별에 안가고 내 곁에 있나??
기분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난 그게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내 관심을 받고 싶었구나.
근데 지금은 이렇게 토리를 시시때때로 그리워하는 것 말고는 내가 토리를 위로해줄 방법은 없는데...
펫로스....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평생의 슬픔으로 자리잡는다는데 나는 그마저도 일단 뒤로 미뤄둘만큼 현실의 길을 헤쳐나가는 게 우선일만큼 냉랭한 견주였구나...
토리가 우리랑 함께 살 때 행복하다고 느낀 적은 있었을까..
'🎉 일상의 이야기 > 🛺 아저씨의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JLPT N1 일본어 시험 합격 소식에 당분간은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11) | 2024.08.27 |
---|---|
아이온 신서버 윈드서버 사전 캐릭터 생성 완료 조금 기대된다 (1) | 2024.08.22 |
입맛이 점점 아침 식사 대용 간단식에 익숙해져간다 (2) | 2024.08.15 |
대중목욕탕 찜질방 사우나가 서서히 사라져간다고 한다 (4) | 2024.08.14 |
이 나이에도 종종 하고 있는 아이온의 신서버 윈드 서버에 우려되는 점 (0) | 2024.08.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