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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표 구수한 간식 누룽지 눌은밥은 아무도 흉내못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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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표 구수한 간식 누룽지 눌은밥은 아무도 흉내못내

頑張れ 2024. 10. 10. 11:52

 할머니를 떠올리면 만둣국 다음으로 생각나는 게 바로 누룽지, 눌은밥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각 가정에서는 솥밥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난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엄마와 동생과 살았지만 당시에는 집안 형편도 땅바닥이었고 밥보다는 라면이나 다른 밀가루 음식이 거의 주식이어서 밥을 제대로 먹어본 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직후부터였다고 하겠다. 

집안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사람 사는 집에 밥이 떨어지면 안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철칙(??)하에 그 때부터 남들보다 못먹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워낙 서민 입맛을 타고났던 나는 다른 음식보다 식후에 솥단지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따끈한 물을 부어 즉석에서 먹는 눌은밥은 정말 별미였다. 

 

 

 할아버지의 쌀농사 때문에 당시 일찌감치 배가 불렀던 손자 어린이에게는 그냥 별맛없는 하얀 쌀밥보다 먹을 거 다 먹고 나서 할머니께서 솥 밑바닥을 벅벅 긁어 뜨거운 물 부어주시는 눌은밥이 엄청 기다려졌다. 

당시엔 동네 인심도 좋으셨던 분들이라 식사 때는 늘 이웃들이 함께 할 때가 많아 밥도 엄청 커다랗고 까만 가마솥에 하셨는데 재질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 솥으로 지은 밥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솥이 큰 만큼 누룽지도 엄청 많이 나왔었는데 이리저리 들고 옮기는 게 힘들었던 할머니께서 그 솥을 아예 불때는 위치에 시멘트칠을 해서 붙여버리는 바람에 이사를 할 땐 가져오지 못한 게 아깝지... 

 이사 이후에는 그런 솥을 사용할만한 그 당시의 부뚜막 같은 곳이 아닌 입식 주방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가정식을 뛰어넘는 것은 없던 시절....

 

 그 시절에도 별의별 간식들은 인근 가게에만 가도 넘쳐났다. 

하지만 요즘과는 달리 엄마들의 전업 비중이 컸던 만큼 엄마의 손맛이라는 특유의 맛을 뛰어넘는 건 없던 시기이기도 하다. 

 근데 요즘 집에서 누룽지나 누룽지를 먹어보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정말 먹고 싶다면 집에서 솥밥을 하거나 인근 식당중에 솥밥을 하는 곳을 찾아가지 않는 이상... -_-;;

 

 

밥통으로는 재연할 수 없는 구수한 맛... 

 

 뭐, 요즘 나오는 밥통도 누룽지를 만드는 기능이 있긴 한데... 

어릴 적에 먹어봤던, 살짝 굳히면 고소해지고 바사삭한 맛과는 거리가 멀고 특히 물을 뜨거운 물을 붓고 나서 먹어보면 그건 눌은밥이 아니라 그냥 끓인 밥에 가깝거든....

 

 

 고로 그나마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눌은밥이 먹고 싶을 땐 인근 가게에서 파는 시판용 누룽지를 사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긴 한데... 

요즘은 이걸 밥보다는 간식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물을 붓고 끓이고 나면 끓인 밥은 아니지만 웬지 모를 오도독거리는 감이 많이 남아있다.. 

 

 

 좀 더 오래 끓이면 되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후딱~~ 끓여먹는 거라 역시 그 효율성도 떨어지고 말이다.. 

며칠 전 갑작스럽게 맞이한 연휴(??)날... 

뜬금없이 쉬다보니 집에서 별의별게 다 먹고 싶어지는 거야... ㅇ_ㅇ

그래서 불현듯 가까운 가게에 달려가 시판하는 누룽지를 한봉지 사왔다는 거...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족이 모두 함께 살던 시절을 함께 했던 그 커다랗고 시커먼 솥단지와 눌은밥.

온가족의 간편한 후식에서 가끔 보이는 간식거리로 내려앉은 걸 보면 우리 눈에서 사라져버릴 날도 멀지 않았겠다... 

그래도 요즘처럼 설탕 폭탄을 추구하는 시대에 이상하게 변질될 바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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