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네집
세상 불공평하게 사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고 본문
많은 사람들이 어제부터 내일까지 3일간 일명 징검다리 휴가를 보낼테지...
하지만 난 어제도 일했고 오늘도 일하고 있을 터....
물론 특근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법으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10월 1일과 2일을 그냥 일하고 내일 3일부터 일요일인 6일까지 쉬게 되었다.
솔직히 요즘같은 시기에 이런 제조업체들은 그 정도도 감지덕지이긴 하지.
하지만 남들은 징검다리라고 엄연히 까~~~만 글씨인 중간 평일까지 죽~~ 3일을 쉬고 주말을 쉬니까 일주일간 총 5일을 쉬는 셈인데...
우리는 중간에 끼어있는 까만 평일은 그냥 일하는 셈이고 양쪽 빨간 글씨만 적용해서 총 4일을 쉬는 셈이니 하루 덜 쉰다는 게 왜이리 억울한지.... 😂😂😂
불공평을 겸허하게 감수하는 이들이 있다.
어제 퇴근길에 폰을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전화번호가 찍혀있다??
평소 잘 알지 못하는 전화는 아예 받지를 않는 편이라 이걸 딱히 어떤 전화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 역시나 그냥 무시...
집에 도착해서야 그 전화가 도시가스 점검 검침원님의 전화번호임을 알았다는 거...
근데 참 이게 내가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두뇌가 점점 콘크리트가 되어가는 건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고정적으로 걸려오는 검침원님 전화번호인데 이게 왜 그리도 머릿속에 각인이 안되는 거냨ㅋㅋㅋㅋㅋ
검침원님이 다녀가고 난 후에는 거의 매번 그 전화번호를 꼭 익혀두겠다고 그리도 맹세했건만...
뭐,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사적인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규제가 있으니 어차피 퇴근을 하고 나서야 전화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건 변하지 않지만...
"여보세요. 거기 도시가스 검침원님이죠? 저, 여기 OOO인데요."
"아, 고객님. 그럼 제가 조금 있다가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아, 그럼요. 그럼 기다릴께요. ^^"
저 때가 6시 20분을 좀 넘어선 시간이었지??
어쨌거나 다음으로 방문을 연기하면 그 날도 또 연락을 받기 쉽지 않을 거고 여러가지로 꼬일 테니 오늘 다시 와주시겠다는 검침원 여사님이 고맙기만 했다....
가만, 근데 오늘 국경일인데??
이분들은 안쉬어?? -_-??
"딩동"
"네, 나갑니다."
"그럼 가스렌지랑 보일러만 얼른 검사하겠습니다. ^^"
주방에 있는 가스렌지는 검사가 수월했는데 베란다쪽에는 전등이 들어오지 않는데다(이사할 당시부터 이미 나가있었음) 요근래 해가 짧아지니 어두워서 사진을 찍는데 좀 힘들어하시더라...
내 핸드폰으로 플래쉬라도 켜야 하나 했는데 베란다에는 슬리퍼가 하나뿐이고 그 슬리퍼는 검침원님이 신고 계셨다는 거...... ㅋㅋㅋ
"오늘 안쉬세요?"
"아네, 저희는 계속 일해요. ^^"
"엥, 그럼 뭐 대체로 쉬시지도 않고요?"
"네, 저희는 그냥 평소처럼 일합니다. ^^"
그러고보니 검침원들은 공무원도 아니고 그냥 직원이라고 하던데....
작은 영세업체도 아니고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규모 있는 공기업 직원이라면 기본 휴일 정도는 칼 같이 지켜질 거라고 믿었는데 이렇기도 하구나...
뭐, 평소 내가 퇴근한 직후에라도 연락이 닿으면 바로 점검을 하러 와주시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일이거나 어쩌다가 토요일 같은 날이었는데...
그럼 이분들에게 휴일이란 일주일에 일요일 하루 뿐이란 얘기....
이것도 결국 평일에 시간이 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강제적 배려(??)라는 거군...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경제력 상위권인 의사들의 근무처 병원도 요즘은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야간 진료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지만 거기는 어디까지나 money가 크게 충족되니까 그렇다 치고...... -_-
여지껏 살면서 도대체 누가 누굴 걱정하느냐 싶을 만큼 서서히 남에 대한 걱정이나 고마움을 잊어가는 와중에 조금이나마 상대방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요즘 검침원들이 여기저기서 험한 일을 겪는 일도 많다던데 남들 쉴 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늘 안전하고 보람있는 하루를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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